사춘기에 만난 1형당뇨, 진단 후 6개월의 경험과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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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1형당뇨로 진단받다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이에게 앞으로 얼마나 힘겨운 일들이 생길까’ ‘차라리 내가 아팠더라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2020년 11월은 우리 가족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엄청난 슬픔의 시간이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아픔이라는 생각에 차마 병명조차 말할 수가 없었다.

 

딸아이는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고 토할 것 같은 증세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장염이라는 말에 며칠 지나면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증세가 심해져서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에 따라 급하게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알려준 아이의 병명은 이름조차 생소했던 당뇨병성 케톤산증이었다.

아이는 기운을 잃고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의식을 잃으면 중환자실로 가야 했기에 그날 밤 내내 아이를 깨우며 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어떻게 그 밤을 보냈는지......

감기와 같은 잔병치레는 했어도 응급실이나 큰 병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이 건강하던 아이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왔는지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었고, 내가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해 아이가 아픈 건 아닌가 자책하며 보내야 했던 시간이었다.

예기치 않게 맞이한 상황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울면서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병원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딸을 바라보며, 아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의연히 대하면서도 뒤돌아서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 처음 3개월

병원에 있는 동안 절차에 따라 인슐린 투여방법, 영양교육, 심리상담 등을 받는 내내 마음의 깊은 절망을 이겨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족, 친지, 주변에서 한 번도 1형당뇨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세상에서 우리 아이만 아픈 것만 같았고, 이제 더 이상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이 생각이 나서 먹기가 어려웠고,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주로 이루어져서, 다행히 집에서 공부하며 적응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2개월은 하루에 7~8번 직접 채혈기로 혈당 체크를 하면서 식사종류와 혈당기록을 했다. 병원에서 영양교육을 받은 대로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 세끼 시간 맞춰 식사를 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애를 썼는지 모른다. 6개월이 된 지금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서 혈당을 체크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고, 아프기 전에 주로 먹던 대로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탄수화물양에 따른 적절한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에게 맞는 인슐린 탄수화물비를 찾아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이면 점점 나아지고 잘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1형당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분별하고 찾아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서 당뇨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현 시대의 치료환경들을 반영하지 못한 어둡고 비관적인 연구결과들이 대부분이었고, 발병사례가 지극히 적다 보니 최근의 연구결과 또한 현저히 부족해 보였다, 질병의 실체보다 오해와 사회적 편견을 담은 글과 정보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 속에서 과연 우리 아이에게 적용하여 아이의 건강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올바른 의학적 정보가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처음 3개월은 1형당뇨에 대한 적응을 하며 어려움을 많이 겪는 기간이었다.

 

--- 슈거트리 카페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를 만나다

3개월여의 시간 동안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게 된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노력해도 우리 가족만의 아픔으로만 여겨져 매일 매일 찾아오는 우울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대표님의 세바시 강연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고, 이후 슈거트리와 환우회에 가입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환우회에 가입해서 가장 좋았던 건 1형당뇨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것이었다. 처음 진단받고 우리 아이는 이제 평범한 일상의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앞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환우회에 가입하면서 혈당관리를 잘하면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고, 모든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혈당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질병을 가지고도 행복하게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를 안타깝게만 바라보던 마음에 소망을 갖게 되었다.  때때로 힘들고 지친 상황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환우회원들의 조언을 통해 그 마음을 위로받고 새 힘을 얻게 된다.

또한 1형당뇨에 대한 올바른 정보들을 알게 되었고,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 다양한 의료기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배워가며, 나이트스카웃 등 필요한 여러 앱을 사용하기 위한 적절한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와 같은 커뮤니티를 갖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슈거트리 카페(https://cafe.naver.com/t1d)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http://www.kst1d.org) 가입을 추천하고 싶다. 

 

--- 사춘기에 만난 1형당뇨

딸아이는 사춘기 여고생이었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럴수록 마음이 더 저며오는 것 같았다.

친한 친구들에게 처음부터 질병을 오픈하고 즐겁게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서 감사했고,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가 설탕 대체제를 사용한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고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쿠키, 스콘, 파운드 케잌 등을 제법 능숙하게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감사했다. 그렇게 함께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가족간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는 것 같았다. 학교급식을 이용하거나 친구들을 만나 음식을 먹을 때 적절하게 인슐린을 투여하며 아프기 전처럼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안도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겨내고자 노력하던 딸아이도 6개월여가 지난 요즘은 조금씩 힘이 드는 것 같다. 행여나 아이에게 안 좋은 상황이 생길까 염려하는 마음에 혈당의 오르내림에 예민해져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는 많이 부담스러워하며, 일상의 대화가 되어버린 혈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왜 지치지 않겠는가!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먹던 일들을 먹을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하니 아이의 그런 마음과 태도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사춘기 시기에 진단을 받는 아이가 있다면 이 시기엔 스스로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평생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의지를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혈당의 흐름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고 대범한 모습으로 아이에게 적절한 방법들을 터득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마음을 잘 살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치료 의지가 엷어지면, 아무리 좋은 장비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부모의 철저한 관리도 소용이 없어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것보다 더 당당히 낮선 질병에 맞서서 자신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긍정적인 의지로 잘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바램

이제 6개월, 하루도 힘들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차츰 적응을 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은 예상치 않는 일이 생겨 또 마음이 힘겨워질때가 종종 생긴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마음을 잘 지키는 것이 혈당관리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임을 느끼며, 강건한 마음으로 잘 이겨나갈 수 있길 바란다.

점점 발전하는 의료기기들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을 통해 늘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건강한 생활을 위해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모든 아픔에는 뜻이 있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소중한 가족과 이전보다 더욱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를 만들며, 그냥 지나쳐 달려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행복들을 발견하는 기쁨의 삶이 되길 축복한다.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관리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이후의 동일한 아픔을 겪는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고 위로가 되는 삶을 살아가길 축복한다.

더 나아가 비록 예기치 않는 길을 걷게 되었지만 우리 아이가 아픔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도 관심을 가지며, 그들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보다 넉넉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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