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라는 시련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엮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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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빠고, 엄마, 큰딸, 큰아들, 막내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이며 그 중 다O이 태O이 두 아들이 1형당뇨인입니다.


2014년 9월 저희 막내 태O이가 생후 10개월 때쯤 되었을 때 며칠간 기저귀에 소변도 많이 보고 물도 많이 마시고 징징대더니 새벽에 눈이 돌아가고 기절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쳐업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부리나케 갔지요. 거기서 간단한 피검사를 하더니 바로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나는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는 뒷전이었던 거죠. 중환자실 전공의가 얘기하데요 케톤산증! 1형당뇨! 케톤산증은 뭐고, 1형당뇨는 뭐야 당뇨믄 당뇨지 1형당뇨라고?


저희 친가, 처가 그 어느 누구도 당뇨가 없으니 유전은 아닌 거 같고, 생후 10개월짜리가 운동 부족이거나 식습관이 잘못 되었을 리도 없는데 ㅠㅠ. 이렇듯 제1형당뇨병은 ‘어느날 길을 걷다가 예측할 수 없이 당하는 교통사고’처럼 저희 가족에게 다가왔습니다.


밤낮할 거 없이 두시간에 한번씩 저하고 아내가 번갈아가며 태O이 손끝 발끝 혈당 체크를 해가면서 고혈당이면 추가 인슐린주사를 놓고, 저혈당이면 배즙 같은 걸 먹여가면서 혈당 관리를 했습니다. 혹시 모를 새벽 저혈당 쇼크가 두려워 제대로 잘 수도 없었고 그로 인해 만성피로에 시달려 가족들의 삶의 질은 저하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왜 내 자식만 이런 질환에 걸렸지라는 생각에 우울감, 상실감으로 정신 건강도 많이 피폐해졌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경 제1형당뇨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소명엄마라는 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의 도움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알게되어 손끝 발끝 채혈을 하지 않고도 혈당의 흐름을 눈으로 보게되니 저희 가족에게는 완전 신세계였죠. 저희 가족을 연속혈당측정기라는 신세계로 이끌어주신 소명엄마가 바로 현재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님이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 후로 태O이는 인슐린펌프에 APS(인공췌장시스템)까지 사용하면서 비당뇨인과 다르지 않게 무럭무럭 잘 성장하고 저희 가족도 범사에 감사하며 화목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 3. 9. 아침에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큰 아들 다O이가 하는 말이 밤에 소변보느라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갔다는 겁니다. 순간 저하고 아내는 뒤통수를 뭔가로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죠. 다뇨, 즉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이 1형당뇨병의 초기 증상 중 하나니까요. 바로 집에 있는 혈당기로 재봤더니 250. 다시 한번 다른 혈당기로 재봐도 250 ㅠㅠ. 바로 대학병원으로 갔고 제1형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일주일 이상 입원을 하면서 식단 짜는 법, 혈당 체크하는 법, 주사놓는 법을 배우는데 이미 저희 가족은 태O이라는 당뇨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에 입원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다O이의 당뇨 인생이 시작되었고 저희 가족은 두 번째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던거죠.

 

저희 부부 결혼 기념일이 3월 10일인데, 그 하루 전날에 다O경이의 발병 사실을 알게 되어 그날을 평생 잊을 수가 없네요. 태O이 발병했을 때의 충격이 100이었다면, 다O이 발병했을 때의 충격은 1000정도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 충격으로 제 얼굴에 주름살도 는거 같고 흰머리도 많이 생겼거든요. 다O이가 발병한지 만 3년이 넘었는데요, 동생 태O이 혈당관리하는 것을 보며 자라왔던터라 그나마 다른 아이들보다는 쉽게 받아들이고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큰아들 다O이는 초6, 막내 태O이는 초2인데요 태권도를 다니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고, 요즘 홈트가 대세라 저희 집도 런닝머신, 스피닝 자전거를 준비해서 아이들과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형당뇨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게 저혈당 쇼크일텐데요. 태O이 7년, 다O이 3년 도합 10년간 저혈당 쇼크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혈당의 흐름을 보면서 저혈당에 대비를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큰딸 얘기는 안했네요. 현재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9살 터울인 막내 태O이를 많이 케어해줬었죠. 저희가 출근하고 없을때는 혼자서 혈당체크, 인슐린주사도 도맡아서 다 했으니까요. 현재 장래 희망이 간호사랍니다. 아무래도 동생들이 1형당뇨인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기특한 딸이죠.

 

절대로 빠져선 안될 사람! 늘 저의 옆에서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힘을 내어준 저의 반쪽 김미경 여사도 수고 많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아직까지는 애들과 저희 부부간에 마찰은 없습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을 때가지 부모를 믿고 잘 따라주어 건강한 당뇨인으로 성장하여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당뇨가 있어도 당뇨가 없어도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가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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