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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장애를 마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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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제공 : 김민정 님


아래 내용은 어느날 뜬구름이 김민정님의 사연으로

환자수기 + 카툰(만화) 형식으로 만든 '스토리툰'의 원문 내용입니다.

스토리툰은 링크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스토리툰 확인하기 ]



01.

돌풍과 소나기는 피할 수 없듯이 저는 중학교 3학년, ‘만성 질환 신부전증’이란 신장장애를 마주했습니다. 신장장애는 겉으로 봤을 때 비장애인과 다른 점이 없는 ‘내부기관 장애’인데, 상황에 따라 장애 등급이 나뉘게 됩니다.

- 중증 장애인: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하여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

- 경증 장애인: 신장을 이식 받은 사람


02.

신장이식을 받아 ‘경증 장애인’이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 장애 유무 란이 있길래 사실대로 작성했어요. 그런데 면접 볼 때 담당자가 낯설어 했고 면접에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제시간에 약물 복용만 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죠. 그 이후로는 장애 사실을 숨기고 일을 해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이식 받은 신장을 잃어 ‘중증 장애인’이 되었어요.


03.

이제는 일주일에 3번, 한 회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했어요. 게다가 투석을 위해 몸에 삽입한 관이 막힐 때면, 혈관 전문 병원으로 가서 관을 뚫는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사장님께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술 당일에도 부어 있는 팔을 감추고 음식을 날라야 했어요. 일을 하려고 시작한 거짓말은 저를 계속 옮아 맸습니다.


04.

후천적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학생과 같은 삶을 누리고 싶어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계속하며 무리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저를 소개할 때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감췄고 친구들과 밤샘 작업을 하며 종종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결국 점점 몸이 안 좋아졌고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05.

당시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저는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병원 생활과 병행하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입원을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표 학생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죠.


06.

시간이 흐르고 당시 제 이야기가 안 좋게 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황을 전달받지 못한 친구들이 오해를 한 것이었어요.

제가 신장장애가 있음을 밝히지 않은 탓에 생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만큼 상처가 되었습니다.


07.

어리석게도 이런 일들을 겪고, 이식 받은 신장을 잃고 나서야 ‘비장애인의 삶’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 있었어요. 사실 그러고도 꽤 오래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항상 저를 위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 덕분에, 비로소 내 자신이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08.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장애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 저의 존재를 외칩니다.

하루라도 빨리 다양함을 수용하는 사회가 오길 바라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라며,

눈을 가리고 있던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길 바라며.



* 위 글은 공공소통연구소 LOUD.와 KRPIA 에서 발굴한 환자분이 직접 공유해주신 소중한 수기입니다. 글에 대한 저작권은 글을 써 주신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 환자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어느날 뜬구름> 홈페이지 이외의 채널에 글을 공유 하실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글을 옮길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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