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제공 : 김민정 님
아래 내용은 어느날 뜬구름이 김민정님의 사연으로 환자수기 + 카툰(만화) 형식으로 만든 '스토리툰'의 원문 내용입니다. 스토리툰은 링크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스토리툰 확인하기 ] |
[지하철에서 장애인이란]
저는 장애인으로서 나라로부터 받는 혜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장애인 도시철도 무임승차’입니다. 덕분에 경제적 부담이 줄어 이동할 때면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요.
제가 앓고 있는 신장 장애는 내부 기관 장애라 겉으로 티가 안 나 차별을 겪을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잊기 힘든 지하철에서의 기억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받는 ‘장애 등록증’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요. 이 카드를 개찰구에 찍으면 일반 교통카드와 달리 불빛과 함께 ‘삐빅’ 소리가 나는데요. 이 불빛과 소리는 고령자 우대용 교통카드와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종종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따가운 시선으로 저는 늘 불편함을 느껴야 했어요.
평소처럼 개찰구를 지나가던 어느 날, 누군가가 절 붙잡아 다그쳤고 소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역무원이 왔고 상황이 해결될 줄 알았어요. 그때 역무원이 말했습니다.
“젊은 분께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결국 저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저의 신분을 밝혀야만 했어요.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도 그 사람과 역무원 모두 아무 사과 없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아무 잘못이 없었음에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고 한동안 우대권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한 번은 투석을 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투석은 망가진 신장 대신 몸속 노폐물을 빼는 치료 과정으로, 개인마다 다르지만 저는 보통 3일 만에 3~4kg의 노폐물이 쌓입니다. 하루에 1kg를 빼기도 힘든데 4시간 만에 4kg를 뺀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투석이 끝나면 숨쉬기 힘들고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어지럼증을 느끼곤 합니다.
그날도 역시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심할 경우 기절할 수 있기에 앉을 자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지하철은 만석이었고 어쩔 수 없이 노약자석에 앉아야 했습니다. 집까지 가는 딱 한 정거장. 그 3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어요. 주변의 한숨과 시선이 모두 저를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주저앉더라도 노약자석에 앉지 않게 되었어요.
지하철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아직 저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에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노’弱(약할 약)’자석이라는 이름처럼 고령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약자 또한 사용할 수 있음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겐 이동의 자유를, 누군가에겐 시선의 편안함을, 누군가에겐 시각의 변화를 주길 바라며
오늘도 저는 사회에 저의 존재를 외칩니다.
* 위 글은 공공소통연구소 LOUD.와 KRPIA 에서 발굴한 환자분이 직접 공유해주신 소중한 수기입니다. 글에 대한 저작권은 글을 써 주신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 환자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어느날 뜬구름> 홈페이지 이외의 채널에 글을 공유 하실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글을 옮길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스토리 제공 : 김민정 님
아래 내용은 어느날 뜬구름이 김민정님의 사연으로
환자수기 + 카툰(만화) 형식으로 만든 '스토리툰'의 원문 내용입니다.
스토리툰은 링크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스토리툰 확인하기 ]
[지하철에서 장애인이란]
저는 장애인으로서 나라로부터 받는 혜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장애인 도시철도 무임승차’입니다. 덕분에 경제적 부담이 줄어 이동할 때면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요.
제가 앓고 있는 신장 장애는 내부 기관 장애라 겉으로 티가 안 나 차별을 겪을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잊기 힘든 지하철에서의 기억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받는 ‘장애 등록증’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요. 이 카드를 개찰구에 찍으면 일반 교통카드와 달리 불빛과 함께 ‘삐빅’ 소리가 나는데요. 이 불빛과 소리는 고령자 우대용 교통카드와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종종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따가운 시선으로 저는 늘 불편함을 느껴야 했어요.
평소처럼 개찰구를 지나가던 어느 날, 누군가가 절 붙잡아 다그쳤고 소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역무원이 왔고 상황이 해결될 줄 알았어요. 그때 역무원이 말했습니다.
“젊은 분께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결국 저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저의 신분을 밝혀야만 했어요.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도 그 사람과 역무원 모두 아무 사과 없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아무 잘못이 없었음에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고 한동안 우대권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한 번은 투석을 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투석은 망가진 신장 대신 몸속 노폐물을 빼는 치료 과정으로, 개인마다 다르지만 저는 보통 3일 만에 3~4kg의 노폐물이 쌓입니다. 하루에 1kg를 빼기도 힘든데 4시간 만에 4kg를 뺀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투석이 끝나면 숨쉬기 힘들고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어지럼증을 느끼곤 합니다.
그날도 역시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심할 경우 기절할 수 있기에 앉을 자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지하철은 만석이었고 어쩔 수 없이 노약자석에 앉아야 했습니다. 집까지 가는 딱 한 정거장. 그 3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어요. 주변의 한숨과 시선이 모두 저를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주저앉더라도 노약자석에 앉지 않게 되었어요.
지하철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아직 저를 포함한 소수의 사람에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노’弱(약할 약)’자석이라는 이름처럼 고령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약자 또한 사용할 수 있음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겐 이동의 자유를, 누군가에겐 시선의 편안함을, 누군가에겐 시각의 변화를 주길 바라며
오늘도 저는 사회에 저의 존재를 외칩니다.
* 위 글은 공공소통연구소 LOUD.와 KRPIA 에서 발굴한 환자분이 직접 공유해주신 소중한 수기입니다. 글에 대한 저작권은 글을 써 주신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 환자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어느날 뜬구름> 홈페이지 이외의 채널에 글을 공유 하실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글을 옮길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